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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관리자
작성일
2022-12-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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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북 인권 논의, 정치∙안보 수준으로 올려야”
[2022 결산인터뷰: 북한인권]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북 인권 논의, 정치∙안보 수준으로 올려야”
◇ (rfa자유아시아방송│서울-이정은 기자)
https://www.rfa.org/korean/in_focus/yearinerview-12272022110215.html
▲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하는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소장. / RFA PHOTO
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연말을 맞아 2022년 한 해 동안의 북한 관련 이슈를 결산하는 전문가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결산 인터뷰.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과의 인터뷰 보내드립니다. 지난 10월 부임한 히난 소장은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논의를 정치∙안보 관련 논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히난 소장을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영상] http://vhpd.rfa.org/20221227/1251/1_omkckrsa_1_is1sx4w2_1.mp4
기자: 소장님께서는 지난 26년간 인권 분야에서 일하셨고 팔레스타인, 캄보디아 등 세계 각국에서 일하셨는데 북한의 인권상황 관련 이례적이라고 느끼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히난 소장: 북한인권 침해 피해자들과 대화하면서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먼저 북한에서 온 분들은 북한이 얼마나 고립된 나라인지, 북한의 통치 체제가 얼마나 극단적인지 보여줍니다. 북한처럼 각 사람이 인권 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나라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인권이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불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국가 권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입니다. 제 과거 근무지들 중 가장 억압적인 곳들에서 조차 이에 대한 지식은 있었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많은 경우 인권 침해의 영향이 긴 세월에 걸쳐 지속됐다는 것입니다. 저희사무소가 기록한 인권침해 사례 중 일부는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또 그러한 침해를 당하고 여전히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오래된 인권침해 사례들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피해자 또는 그 가족들이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기자: 탈북민, 시민사회단체, 정부 당국자 등 북한인권문제 관련 이해당사자들과의 면담에서는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하는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소장. / RFA PHOTO
히난 소장: 북한인권 문제가 오랫동안 정체된 듯한 느낌이기 때문에 그리 대단치 않더라도 모종의 진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대한 엄청난 열망이 있습니다. 우리 사무소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선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대북관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책임 규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 결론은 모든 접근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 인권 관련 논의를 북한 정치, 안보 측면에 준하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다시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평화와 안보의 렌즈만을 통해서 북한을 바로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봉쇄 위주의 코로나 방역 정책과 더불어 정보유입과 교류를 통제하기 위한 법률 등을 시행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히난 소장: 이는 매우 우려되는 일입니다.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때 나쁜 일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와 (정보 유입 통제) 법률 시행 이 두 가지 현상은 공중보건 상의 이유를 넘어 국가 통제 강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하며 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은 과거 국가 통제가 다시 강화될 때 일반적으로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뒤따랐다는 사실입니다.
기자: 북한 내 인권침해의 책임규명 노력과 관련해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어렵다고 보십니까?
히난 소장: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입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제시한 사법적 책임규명 방법 중에는 북한 내부에서 가해자를 기소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그 외에도 보편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을 통해 다른 국가에서 재판을 추진하는 것이 있습니다. 임시재판소(ad hoc tribunal)를 설치하는 것도 있지만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론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에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말했듯이 이는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며 우리는 다양한 접근법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형태의 책임규명은 비사법적 책임규명입니다. 이는 진실 말하기, 추모, 배상, 재발 방지와 같은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국제사회가 이야기하는 책임규명이며 우리가 앞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피해자들을 수동적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겁니다. 많은 피해자들은, 예를 들어 강제실종 피해자들은 진실을 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특히 그들이 죽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책임규명의 경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몇 년 안에 더 많은 진전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는 사법적 책임규명과 관련해서도 곧 진전이 있기를 바라며 이에 대해 낙관적입니다. 20년 전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범죄에 대한 사법적 책임규명의 수준은 현재 훨씬 높습니다. 20년 전보다 사법적 책임규명에 대한 문화와 이해가 훨씬 발전했다는 이야깁니다.
기자: 유엔 총회가 18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했습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 채택과 이에 대한 북한의 비난과 반발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까 나쁜 일입니까?
히난 소장: 유엔 결의가 일상적(routine)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그냥 자동적으로 채택됐다는 느낌인데 저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결의는 당시 국제사회의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전년도에 했던 그대로 상정하고 다시 채택한 것이 아닙니다. 매번 상황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집니다. 지난 18년 동안 해마다 표결 없이 전원 동의(컨센서스; consensus)로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됐다는 사실은 매년 이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일회성 결의 또는 다른 어떤 것보다 유엔 회원국의 연합된 입장이 강력하다는 것이죠.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내 인권침해 관련 공개토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히난 소장: 과거 몇 년 동안 북한인권 관련 공개토의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이는 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상황 그리고 국제평화와 안보 사이에 분명한 연결 고리가 있다고 본다는 뜻입니다. ‘기타 안건’으로 다뤄지더라도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사이며 안보리가 이를 국제평화 그리고 안보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는 겁니다. 문제는 어떻게 안보 관련 논의에서 북한의 인권 측면이 중요하게 다뤄지도록 하느냐 입니다. 안보리에서 공개토의를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자 중요한 방법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면에 북한의 인권 위기가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간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내년 한 해 세계인권선언 75주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 10주년,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등 기념일들이 예정되어 있는데 어떤 활동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하실 예정입니까?
히난 소장: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인권선언 75주년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결국 북한인권의 모든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됐고 한반도 문제도 본질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잠시 멈추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주제별로 말씀드리자면 내년 저희 사무소는 강제실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강제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책임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인권침해 피해자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을 듣고 그들의 목소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북한인권 침해 피해자들 중에는 15세 탈북민 소년도 있고 93세 노부인도 있습니다. 이는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정말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러한 (인권)옹호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요즘 세상의 관심이 다른 많은 것들에 쏠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합니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수십발의 미사일이 또 발사될 때도 인권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고 평화와 안보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내년 우리의 도전이 될 것입니다.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RFA 2022년 결산인터뷰. 내일은 그 세 번째로 남북미 관계와 관련해 김천식 전 한국 통일부 차관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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