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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관리자
작성일
2022-12-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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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리움은 노래를 타고 (3)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리움은 노래를 타고 (3)
◇ (RFA자유아시아방송│서울-김인선 기자)
https://www.rfa.org/korean/weekly_program/c5ecae30b294-c11cc6b8-be0cb77cbcf4-b9c8c774-b77cc774d504/thisisseoul-12272022105522.html

▲ 지난 7일 여의도에 있는 전문공연장에서 열린 '2022 물망초 음악회'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12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2022년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한국의 연말연시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으로 가득한데요. 탈북 여성들로만 구성된 물망초합창단에서도 멋진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물망초합창단은 북한 인권 실태를 국내외에 알리고 탈북민 교육 등에 앞장서는 민간 단체 물망초에서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요. 매년 12월이면 후원자들을 초대해 물망초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 특별한 자리, <여기는 서울>에서 세번에 걸쳐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현장음) (사회자) 우리 지휘자분을 여러분에게 정식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처음보다 따뜻하고 뜨겁게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창석 지휘자시고 피아노반주는 김마리아님입니다. 공연 이어가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관객들이 보내는 힘찬 박수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웁니다.
물망초합창단의 7번째 음악회, 그 열기가 뜨거운데요. 단원들은 이번 음악회를 통해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지기를 소망한답니다. 얼핏 들으면 큰 포부 같지만 이들의 목소리엔 그만한 힘이 있다는데요. 물망초합창단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조경희 국장의 말입니다.
(조경희) 물망초 합창단은 북한 여성들로 구성된 합창단입니다. 처음에는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 모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기적으로 음악회도 진행을 하고 있어요. 합창단 활동을 통해서 북한 및 북한이탈주민의 인권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물망초 합창단이 북한이탈주민의 롤 모델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탈북과 한국정착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35명의 물망초합창단 단원들.
그들 모두가 힘겨웠던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낸 것은 물론 이제 사람들 앞에서 희망을 노래합니다.
(현장음) 노래 - 엄마야 누나야
합창은 단원들의 감정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단원들은 노래를 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모두 함께 느꼈다고 하는데요. 특히 물망초합창단에서 6년째 활동 중인 김영숙 씨는 ‘못잊어’와 지금 듣고 계신 이 노래, ‘엄마야 누나야’를 이번 음악회 최고의 노래로 꼽습니다.
(김영숙) 좋은 게 ‘못 잊어’하고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는 고향에 있을 때 엄마를 불렀던 게 기억이 남아서요. ‘못 잊어’는 들을수록 좋잖아요. 이런 노래들을 불러 보면 두고 온 고향, 자식들 생각을 하게 되고 부모님들 생각을 하면은 어딘가 모르게 저희 마음이 울컥해지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영숙 씨는 고향, 부모님, 자식들이라는 단어만 나열해도 목소리가 떨립니다. 감정에 복받쳐서 노래부르기가 힘겨웠을 것 같은데 영숙 씨는 그 반대라고 말합니다. 북에 있는 자녀와 부모님 생각에 울컥해 지기도 하지만 노래를 하다 보면 오히려 마음이 잘 추스려진다는 거죠.
그래서 합창단 활동을 안 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너스레를 떠는데요. 청진 출신의 영숙 씨는 한국정착 15년차입니다. 물망초합창단은 한국에 정착한지 8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는데, 처음엔 남한 사람들이 함께 있는 줄 알고 지원을 했다는 겁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고 있는데, 탈북민들만 모여있는 모임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이루어낸 일상들이 깨질 것 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숙 씨는 조용히 연습 시간에 참여하는 정도로만 합창단 활동을 했답니다. 노래 부르는 것이 너무 좋았고 유일한 취미생활이었으니까요. 김영숙 씨의 이야기, 좀 더 들어봤습니다.
(김영숙) 저는 여기(한국) 와서부터 지금까지 요양보호사 일을 꾸준히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도 일하고 있어요. / (리포터) 요양보호사일을 하면서 합창단 활동을 하시기가.. / (김영숙) 좀 어렵죠. 보호자분의 양해를 구하고 노래하는 거예요. 하지만 처음에는 들어갔을 때는 좀 안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거 그만둘까 어째야 되겠나 하고 생각이 많았어요. 저는 한국분들이 모인 합창단이라 생각하고 처음에는 왔거든요. 그런데 인사 나눈 뒤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우리 이북말이더라고요. 그래서 좀 내키지 않았어요. 당시 제가 같이 어울려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거든요. 좀 싫었어요. 북한 사람들만 모인 합창단이니까 안 하려고 생각했어요. / (리포터) 의외네요. 다른 분들은 오히려 고향분들만 있어서 더 좋았다라고 하는데.. 우리 김영숙 선생님은 언제쯤 좀 합창단이 편안해지셨어요? / (김영숙) 한 6개월 지나서요. 6개월 지나서 소통 캠프, 음악 캠프에 갔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점차 이거 해도 괜찮겠다 하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 수 열고 꾸준히 하고 있어요.
어렵게 마음을 열고 나니 고향 사람들과 통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영숙 씨는 단원들을 위해 연습 때마다 간식을 챙겨가게 되고 연습이 없는 날엔 개별적으로 노래 수업을 들었을 만큼 합창단 활동에 애정을 쏟았습니다. 이번 음악회 역시 영숙 씨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연습한 만큼 실력을 못 보여준 노래가 있다며 아쉬운 점도 있다는데요. 제 눈에는 충분히 멋진 무대였습니다.
음악회가 모두 끝난 후 김영숙 씨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네요.
(김영숙) 제가 그때! 합창단을 한 달만 하고 나갔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이분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노래를 소화하고 잘할 수 없어요. 작년이 다르고 재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 모습이 저는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니까 나에게 물망초합창단이란 기쁨을 주는 기쁨조 합창단이죠. 물망초 음악회는 끝났지만 남은 종강식도 잘 마무리하고 다음에 합창단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을 더 열심히 꾸준히 하겠다는 걸 저는 이야기하고 싶어요.
단원들은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활동이 북한을 알리는, 북한의 인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싶다는데요. 78살 최정선 씨, 64살 이장복 씨 두 사람의 이야기 차례로 들어보시죠.
(최정선) 물망초 합창단은 내 가족이고 내 삶입니다. 통일 한국으로 되는 역사적인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 내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결의합니다. / (이장복) 물망초 합창단이 저에게는 내 고향집과 같아요. 거기만 가면 마음이 포근하고 들어가면서부터 반갑거든요. 또 마음도 풀리고 하니까 내 친정집 같은 그런 집이에요. 저는 새해에도 물망초 활동에 참여해서 앞으로 더 좋은 무대, 더 높은 무대에 나가고 싶은 게 소원이에요.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음악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이죠. 음악이 가진 가장 큰 신비로움은 관객들과 가까이 있을 때 감정이 전이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물망초음악회 현장이 그랬습니다. 탈북여성들의 화음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묵직한 감동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했습니다.
(공연실황) 물망초 합창단 노래 – 날 잊지 말아라
노래 제목은 ‘날 잊지 말아라’.
북한에서 살았던, 그리고 탈북했던, 지금은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굴곡 많은 삶. 이 노래를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울림을 청취자 여러분에게도 전하며 인사드립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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